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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_박강원의 시공간] 무책임이 초래한 화재 비극

Job_Start 2024. 7. 11. 14:05

지난 6월 22일, 경기도 화성시의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는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점들을 여실히 드러냈다. 23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이 참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허술한 법률과 안전 시스템이 만들어낸 인재라 할 수 있다.

화재 발생 4일 만에 DNA 검사를 통해 희생자들의 신원이 확인된 것은 우리나라 고용 시스템의 심각한 문제를 보여준다. 근로기준법 제41조와 제42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자 명부와 임금대장을 작성해야 한다. 하지만 이 사건은 불법 고용과 관리 부실의 단면을 명확히 드러냈다.

특히 이 참사는 현행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에 따르면,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에 대한 파견이 금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 파견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에 명시된 사업주의 안전조치 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크다.

고용노동부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20조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외국인 근로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하는 사각지대의 존재는 고용노동부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음을 반증한다. 특히 파견근로자보호법은 외국인 노동자 중에서 고용허가제를 통해 일하는 사람만 적용되기 때문에, 법률적 미비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사각지대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가 첫 사고가 아니라는 점도 우려를 자아낸다. 경찰 수사 결과, 2021년부터 이번 참사 이전에도 4번의 화재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명시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가 심각하게 위반되었음을 시사한다.

화학적 배터리 화재는 일반 소화기로 진압할 수 없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하다.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9조에 따라 소방청장은 특정 소방대상물의 위험 특성에 맞는 소방시설 설치 기준을 정해야 한다. 따라서 실효성 있는 질소 소화기 등의 도입과 함께, 법률적·행정적 보완을 시급히 진행해야 한다.

아리셀 화재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경종을 울렸다. 이제는 말뿐인 안전이 아닌, 실질적인 안전 문화를 정착시킬 때다. 법률과 제도적 보완뿐만 아니라, 기업 내부의 안전 문화를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인간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잡아야 하며, 이를 통해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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